서정주의 시
동천(冬天)
- 서정주
┌가치있는 삶,
인간의 근원적 생명
등을 암시함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시적 화자가 신성시하는
대상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만월에 다다르기 위한
무수한 변신, 해탈에
이르기 위한 무수한 윤회의
과정
└오래고 오랜 세월
⇒눈썹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영원과 무한을 동경하는
인간의 야망
┌달의 운행을 흉내냄(달은 영원의 비상, 새는 찰나적 비상)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매서운 새도 비키어 가는
높고 고귀한 경지
인간의
숙명적 한계에 대한 인식
-<현대문학> 137호,
1966.5
[어구풀이]
내 마음 속
우리 님 : 내적 가치로서의
의미를 지닌 임의 소중함을
표현하고 있다.
고운 눈썹
: 절대적 가치 상징(초승달의 모습).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던
님의 모습이 시각화되어
표현되고 있다.
즈믄
: 천(千)의
옛말.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 ① 수많은 날 지극한
정성으로 소중히 간직하여
② 수많은
꿈을 함께 담아서(실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 마음 속에 존재하던
임이 구체화되어 공간적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으로 시인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매서운 새
: 절대적 가치를 지향하는
용감한 인간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며, 추운 겨울과 같은 불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시인의
구도적 자세가 나타나 있다.
시늉하며
: 흉내내며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동천에 걸린 달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외경의 태도를 보이는
새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속적 욕망이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畏敬)으로 감히
범하지 못하고 비끼어 감
[이해의 초점]
인간은 무한(無限)을 동경하고
그리워한다. 더 영원한
것, 더 완전한 것을
갈망하고 절대적 가치 앞에
심취(心醉)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인간이 윤회의 사슬을 벗어나지
못할 때, 이 모든 행위가
한낱 본질을 겉도는 시늉에
불과할 뿐, 추구하는
대상은 영원한 그리움과
외경(畏敬)으로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한다.
고도의 압축과
상징으로 이루어진 난해한
시로서 시인 자신의 구도적(求道的) 삶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상징적, 종교적,
서정적
어조
: 경건하고 마음이 정제된
다소곳한 어조
심상
: 상징적, 동적,
시각적 심상
운율
: 3음보(7.5조)
특징
: ① 달을 눈썹에 비유하여
'겹 이미지'로 표현함.
② 압축된
형식과 고도의 상징을 통해
시적 긴장감의 극치를 느끼게
함.
③ 동양화의
단순미를 느끼게 함.
④ 7·5조의
정형율을 가지고 있는 자유시,
이 시는 고도의 압축과
상징으로 표현된 매우 난해한
시이다. 인간의
'이상과 현실', '동경과 세속', '영원과
순간' 등의 의미가
'고운 눈썹'과
'매서운 새'로 압축
상징되었다.
⑤ '겨울의
초승달', '고운 님',
'새'에서 달이 뜬
겨울밤의 풍경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읽어 보면 고도의
압축과 상징의 수법으로
이루어진 난해한 시이다.
⑥ 어떤
절대적 가치(삶의
의미같은 것)에 대한
외경과 사랑을 담고 있는
고도의 상징시이다
⑦ '고운
눈썹'은 초승달이거나
어떤 절대적 가치이고,
'동지섣달'은 차가움을
주는 불모의 현실이며,
'매서운 새'는 영원과
무한을 동경하는 시인의
모습이다.
구성
: 단련시(單聯詩)
1행 - 소중한 임의
눈썹
2행 - 정성껏 씻음
3행 - 눈썹의 이동
4행 - 추운 계절의
새
5행 - 눈썹의 절대성을
아는 새
①
전반부 :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畏敬)
②
후반부 : 인간의
숙명적 한계에 대한 인식
제재
: 동천(冬天)
주제
: ① 절대적 가치의 영원성에
대한 외경
②
절대적 가치의 영원성과
인간의 숙명적 한계
출전
: <현대문학>137호 (1966. 5)
[감상의 길잡이]
3음보 율조의
5행 한 문장으로 된 이
시는 짧은 형식 속에 인간의
본질과 의미라는 무게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일체의 설명을 배제하고
고도의 상징적 수법을 구사함으로써
강렬한 언어적 긴장을 이루고
있는 차원 높은 시가 되었다.
싸늘하면서도
유리같이 투명한 겨울 밤하늘
'동천(冬天)'에 초승달이 떠 있고,
그 한켠에 한 마리
'매서운 새'가 날고
있는 것이 이 시의 전부이다.
이 시는 화자의 행위를
나타내는 1∼3행까지의
전반부와 그에 대한 반응,
즉 새의 행위로 나타나는
반응인 4∼5행의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1행의
'고운 눈썹'은 초승달을
의미한다. 이 초승달이
화자의 마음 속에서 천 년
동안 맑게 씻긴 것임을 고려한다면,
'눈썹'은 곧 사랑의
표상이다. 2행의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는 행위는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모순과 갈등을
투명화하는 작업을 의미하며,
3행의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는 절대적 경지로 비약하려는
행위로,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는 화자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4행의 '매서운 새'는 공격적 특성을 환기하는
시어로 차가운 겨울 밤하늘과
어울려 그 '매서움'이 배가되고 있다. 그러나 '매서운
새'는 달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5행의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는 유순함으로
나타난다. 결국 새는
달을 공격하지 않는, '매서움'으로서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동지 섣달의 밤하늘을
날며 '시늉하며 비끼어
가'는 '매서운
새'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시의 평면적
의미는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임의
고운 눈썹을 천 년 동안 마음
속에 아로새겨 하늘에 옮기어
놓았더니, 동지 섣달
하늘을 나는 매서운 새가
눈썹의 절대적 가치를 알고
비끼어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운 눈썹'인 초승달이 '즈믄
밤의 꿈'으로 이어지는
것은 초승달이 여러 차례의
변신을 통해 최종 단계인
'만월'에 다다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초승달은 화자가 염원하는
동경과 구도의 상징물로서,
그가 추구하는 어떤
절대적 가치를 '임'(절대적 대상) → '초승달'(미완성의
상태) → '만월'(완전한 영원의 세계)의 순서로 전개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매서운 새'는
'만월'인 영원의
세계를 동경하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매서운 새'가 현실 세계인 '동천'에 존재하며
끈질기게 영원의 세계인
'만월'에 접근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시늉하며 비끼어'가는 한계에 부딪치고
말 뿐이다.
이 시의 핵심적
이미지는 '눈썹'과 '새'이다.
겨울 하늘에 차갑게
걸려 있는 눈썹 같은 그믐달과
그 곁을 비껴 가듯 날고 있는
한 마리 새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동양화를 생각게
한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화자는 그 그믐달을
'내 마음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이라고
말하며, 오랜 세월
동안 꿈꾸어 오던 것을 하늘에
옮겨 놓았다고도 말한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슬픈 운명을 지닌 한 여인에
대한 승화된 사랑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이 시를
어떤 상징으로 이해한다면
'눈썹'은 여인의
육체적 심상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시인이
마음속에 품어 온 삶의 어떤
고귀한 정신적 가치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하늘에 옮기어 심어 놓았다는
말은 절대적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간다는 말에는 인간은
물론 새까지도 그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알아차리고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하겠다.
이렇게 이 시는
절제된 시어와 짧은 형식을
통해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畏敬)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 ♣
서정주의 시 ♣ ♣
2012 Copyright CK Yu 카페Blog